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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총을 든 스님> 서론 및 줄거리, 결말, 총평

by imnana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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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든 스님
총을 든 스님

서론

영화 『총을 든 스님』은 독특한 제목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평화와 명상의 상징인 스님이 총을 든다는 역설적인 설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과 현대, 비폭력과 무력의 경계를 묻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부탄의 감독 파우 초이닝 도르지(Pawo Choyning Dorji)가 연출했으며, 2006년 부탄이 절대왕정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부탄은 국왕의 결단으로 국민 투표와 선거 제도를 도입하면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는 한 시골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고도 깊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편으로는 유쾌하고 풍자적인 색채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서구 문명이 동양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줄거리

영화 『총을 든 스님』은 부탄의 작은 산골 마을 우라(Ura)에서 시작됩니다. 정부는 다가오는 민주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투표를 교육하기 위해 모의 선거를 실시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생전 처음 해보는 투표에 혼란스러워하였고, 누가 빨간당, 누가 노란당인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갈등은 커지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한 스님이 등장합니다. 그는 제자인 타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까지, 총 두 자루를 구해오너라.” 이 스님의 요청은 영화의 핵심 줄기를 이룹니다. 타시는 생전 처음 총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동시에 부탄을 방문한 미국인 총기 수집가도 희귀한 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탐색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둘의 길은 자연스레 교차하게 되고, 각자의 방식으로 총을 둘러싼 목적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마을에서는 선거 캠페인을 위한 플랜카드와 토론이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자신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합니다. 영화는 이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차분하게 보여주며, 제도보다 중요한 의식의 변화를 강조합니다.

 

결말

영화 『총을 든 스님』의 후반부에서 타시는 결국 스님의 지시대로 총 두 자루를 구해옵니다. 그리고 곧 스님은 뜻밖에도 총을 들고 한 언덕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 평화를 세우려면, 폭력의 상징부터 묻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는 총을 땅속 깊이 묻고, 그 위에 작은 불탑(초르텐)을 세웁니다. 총이라는 서구의 폭력적 문명 도구를 땅에 묻고, 그 위에 불교의 상징인 탑을 세운다는 행위는, 부탄식 민주주의, 부탄식 현대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말없이 보여줍니다. 한편, 미국인 총기 수집가는 결국 총을 손에 넣지 못한 채 떠나게 됩니다. 그의 탐욕은 아무 소득 없이 끝이 나며, 이는 자본과 권력만으로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총평

영화 『총을 든 스님』은 단순한 드라마도, 코미디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둘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가 겪는 거대한 사회적 전환기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풍자극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외부에서 도입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내면의 준비가 있어야만 뿌리내릴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굉장히 깊고도 보편적입니다. 특히, 총과 불탑, 스님과 미국인, 전통과 제도의 대조는 이 영화의 철학적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영상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과 부탄의 자연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고, 마을 주민들의 순박한 표정과 일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진정성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연출은 느리게 진행되지만 집중력 있게 흘러가게 하였으며, 강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담담한 연출 속에서 관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그 질문은 비단 부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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