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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서론 및 줄거리, 결말, 총평

by imnana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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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서론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프랑스 감독 셀린 시아마(Céline Sciamma)가 연출한 2019년작으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랑, 자유, 예술, 기억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쓴 이 작품은 여성 간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상업적 자극이나 전형적인 틀에 기대지 않고, 고요하면서도 뜨겁게 표현해 냅니다. 특히 전체적인 연출은 매우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선은 누구보다 뜨겁고 강렬합니다. 침묵의 언어로 표현된 이 영화는 말보다 눈빛과 자세, 시선의 교차를 통해 서사와 감정을 이끌어가는 시적인 영상미와 예술적인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배우 노에미 멜랑(Noémie Merlant)과 아델 에넬(Adèle Haenel)의 섬세한 연기가 그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하며, 여성의 존재와 주체성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합니다.

 

줄거리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프랑스, 외딴섬에 위치한 귀족의 대저택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초상화를 완성하기 위해 고용되어 이곳에 도착합니다. 그녀가 그려야 할 대상은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입니다. 하지만 엘로이즈는 곧 이탈리아 귀족과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거부해 왔었습니다. 이에 따라 마리안느는 평범한 하녀인 척하며 엘로이즈의 산책 동행자가 되고, 몰래 그녀의 얼굴과 자세를 기억해 밤마다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두 여성은 점차 묘한 감정에 휘말리게 됩니다. 마리안느가 완성한 초상화는 전통적이고 무미건조한 형식이었지만, 엘로이즈는 자신이 그려진 방식에 대해 분노하며 “그건 내가 아니야”라고 외칩니다. 결국 마리안느는 진실을 고백하고, 다시 그녀의 초상화를 엘로이즈의 존재를 담아 진심으로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둘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이 외딴 공간 안에서 자신들만의 시간과 감정을 쌓아가며, 세상의 억압과 규범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유를 누립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이 공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말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후반부에서는 시간이 흘러, 엘로이즈의 결혼식이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마리안느는 그녀의 초상화를 완성하고 이 섬을 떠나게 됩니다. 떠나는 날, 엘로이즈는 마지막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리안느 앞에 서며, 그녀의 기억 속에 남을 초상화를 남깁니다. 이는 그림보다 더 깊고, 강한 인상으로 마리안느에게 새겨집니다. 영화는 마리안느가 과거를 회상하는 현재 시점과, 그때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그녀는 어느 전시회에서 자신의 그림 속 한 페이지에, 엘로이즈가 남긴 28번 페이지를 보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곳엔 엘로이즈의 초상과, 그녀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엘로이즈가 여전히 마리안느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녀와의 사랑이 단순한 추억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극장의 장면입니다. 마리안느는 우연히 콘서트장에서 엘로이즈를 보게 됩니다. 엘로이즈는 그녀를 보지 못하지만,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이 복받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눈물 흘리며 감정을 억누르는 엘로이즈의 표정은 말보다 강하게 사랑의 흔적을 말해줍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도 큰 여운을 남기며,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남겨졌는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총평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단순한 퀴어 로맨스나 시대극으로 보기엔 부족합니다.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깊은, 사랑의 본질, 사랑의 기억, 여성의 주체성과 예술에 대해 담겨있습니다. 사랑은 단지 함께하는 시간이 아닌,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고 이해하며 기억으로도 남을 수 있는 감정임을 영화는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함부로 규정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서로에게 자유를 허락하면서도 그 시간만큼은 가장 뜨겁게 사랑하였습니다. 영상미 또한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빛과 어둠, 색채와 표정, 침묵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였습니다. 마치 르네상스 회화나 프랑스 낭만주의 그림을 보는 듯한 장면 구성은,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남성 중심 서사의 관습을 완전히 배제하였으며, 여성의 시선과 경험만으로 완성된 독립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표현하며, 결정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적 페미니즘 영화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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